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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

노동자가 일을 지나치게 하거나 무리해서 그 피로로 갑자기 사망하는 것 위키백과, 무료 백과사전

과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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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일본어: 過労死, 영어: Karoshi)는 극심한 업무로 인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뇌혈관 질환이나 허혈성 심장 질환 등이 발병하여 급작스럽게 사망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의학적 진단명이라기보다는 사회적, 법률적 용어로, 주로 산업재해의 범주에서 다뤄진다. 2021년 세계보건기구국제 노동 기구는 공동 연구를 통해 장시간 노동(주 55시간 이상)으로 인해 2016년에만 전 세계적으로 745,000명이 뇌졸중 및 허혈성 심장 질환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하며, 장시간 노동을 가장 큰 직업병 위험 요인으로 규정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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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용어는 1970년대 일본에서 처음 사용되었으며, 1980년대 거품 경제 시기 장시간 노동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가로시라는 일본어 발음 그대로 영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권에서 death from overwork라는 뜻의 고유명사처럼 통용된다.[2] 중화인민공화국에서는 궈라오쓰라는 유사한 용어가 사용된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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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과로사는 주로 뇌출혈, 지주막하출혈, 뇌경색 등과 같은 뇌혈관 질환이나, 심장 질환심근경색, 협심증, 급성 심정지, 치명적 부정맥 등의 급성 발병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질병들은 기존의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기저 질환이 과도한 업무로 인해 급격히 악화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과로사 판정 시에는 개인의 건강 상태와 업무상 부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핵심적인 법적 쟁점이 된다.

주요 원인

과로사의 주요 원인은 복합적이다. 가장 직접적이고 핵심적인 원인은 장시간 노동으로, 이는 신체의 회복 시간을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만들며 자율신경계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한다. 또한, 불규칙한 근무 역시 주요 요인인데, 특히 야간 근무교대 근무는 생체 리듬(일주기 리듬)을 교란시켜 심혈관계에 큰 부담을 주며, 불규칙한 휴일은 예측 불가능한 휴식으로 인해 만성적인 피로를 누적시킨다. 마지막으로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도 중대한 원인이다. 여기에는 높은 실적 압박이나 촉박한 마감 기한과 같은 정신적 긴장, 상사나 동료로부터의 폭언, 모욕 등 직장 내 괴롭힘, 그리고 업무에 대한 통제권이 거의 없이 높은 요구에 시달리는 낮은 직무 자율성 등이 포함된다.

역사

일본

일본에서는 1969년 29세의 신문 배달원이 뇌졸중으로 사망한 사건이 처음으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은 것을 법적 시초로 본다. 1980년대에는 거품 경제 속에서 기업 전사라 불릴 정도의 장시간 노동이 만연하자, 1987년 과로사 110번이라는 전국적인 전화 상담 핫라인이 개설되는 등 사회 문제로 공론화되었다.[4] 1990년대에는 거품 경제 붕괴 이후 구조조정으로 인해 생존한 노동자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조정형 과로가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었다. 2014년에는 마침내 과로사 문제를 국가의 책임으로 규정하는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過労死等防止対策推進法, 2014년 6월 27일 법률 제100호)이 제정되었다.[5] 이듬해인 2015년에는 일본 최대 광고 회사 덴츠의 신입 사원 다카하시 마쓰리(당시 24세)가 월 100시간이 넘는 초과 근무와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과로자살 사건이 발생하여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이는 정부의 '일하는 방식 개혁'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었다.[6]

대한민국

대한민국에서는 1990년대에 과로사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1993년 노동부는 뇌심혈관 질환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 업무상 과부하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특히 외환 위기(IMF 사태)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과 고용 불안정이 심화되면서, 적은 인력으로 과도한 업무를 수행하는 환경이 조성되어 과로사 문제가 본격화되었다.[7] 2000년대에는 주 5일 근무제가 단계적으로 도입되었으나, IT 산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장시간 노동 관행이 지속되었다. 2018년에는 법정 노동 시간을 단축하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었다. 2020년대 들어서는 코로나19 범유행으로 인해 배달 및 물류 수요가 폭증하면서 쿠팡, CJ대한통운 등 주요 물류 기업의 택배 기사와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연이어 발생하여 큰 사회적 문제가 되었고, 이는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한 보호 대책 마련으로 이어졌다.[8]

과로자살

과로자살은 과로사(돌연사)와 구분되는 개념으로, 장시간 노동과 업무 스트레스,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인해 우울증, 적응장애 등 정신 질환이 발병하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이나 행위 선택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일본의 덴츠 사원 다카하시 마쓰리 사건이 대표적인 예이다. 대한민국에서도 업무상 사유로 발생한 정신 질환(우울증 등)에 따른 자살을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있으나,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과로사보다 더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산업재해 인정 기준

요약
관점

과로사(뇌심혈관 질환)가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업무상 과로와 사망(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한다. 노동자가 직접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각국은 추정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법령으로 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및 관련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라 뇌심혈관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9] 기준은 크게 급성 과로와 만성 과로로 나뉜다.

급성 과로(단기 과로)는 증상 발생 전 24시간 이내에 업무와 관련하여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의 발생이나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로 뇌심혈관에 급격한 부담을 준 경우, 또는 증상 발생 전 1주일 이내에 업무량이나 업무 시간이 일상 업무(이전 12주간 1주 평균)보다 30% 이상 증가한 경우를 말한다.

만성 과로의 경우, 발병 전 12주(3개월) 동안 1주 평균 업무 시간이 60시간을 초과하면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강하게 추정된다. 또한,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 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업무 시간이 60시간에 가까울수록 관련성이 높다고 보며, 이러한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아래에서 설명할 업무 부담 가중 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면 업무 관련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업무 부담 가중 요인

1주 평균 업무 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더라도, 여러 업무 부담 가중 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면 업무 관련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10] 이러한 가중 요인으로는 근무 일정 예측이 곤란하거나 교대제 업무, 시차가 큰 해외 출장이 잦은 것과 같은 근무 일정 관련 요인이 있다. 또한, 휴일이나 휴가 사용이 부족한 경우, 장시간 서 있거나 중량물을 취급하는 등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실적 압박이 크거나 타인과의 갈등이 잦은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그리고 한랭, 고온, 소음 등 유해한 작업 환경에 노출되는 업무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일본

일본 후생노동성은 과로사 라인이라는 명확한 시간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11] 이는 발병 직전 1개월간 약 100시간 이상의 시간 외 근무(초과 근무)를 했거나, 발병 직전 2~6개월간 월평균 약 80시간 이상의 시간 외 근무를 한 경우를 기준으로 한다. 2021년부터는 이 기준이 개정되어, 시간 외 근무가 월 80시간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과로사 라인에 가까운 수준의 장시간 노동과 함께 근무 일정의 불규칙성, 정신적 긴장, 직장 내 괴롭힘 등이 복합적으로 인정되면 산재로 인정될 수 있도록 범위가 확대되었다.[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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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적 배경

과로사 문제는 단순히 노동 시간의 문제를 넘어 각국의 독특한 조직 문화와 사회적 압력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집단주의 문화 속에서 개인보다 조직의 목표를 우선시하고 동료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문화와 회사에 대한 강한 충성심이 장시간 노동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를 형성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13] 대한민국은 빨리빨리 문화로 대변되는 속도 중심주의와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외환 위기 이후 고용 불안이 심화되면서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인식이 강해졌으며, 상사의 퇴근 전까지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경직된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도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14]

중화인민공화국에서도 궈라오쓰라는 용어가 사용되며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된다. 특히 2010년대 이후 급성장한 IT·테크 산업을 중심으로 996 근무제(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로 대표되는 극심한 장시간 노동 문화가 만연했다. 2020년대 들어 탕핑(躺平, 드러눕기)과 같이 과도한 경쟁과 노동을 거부하는 청년층의 문화적 반발이 나타나기도 했다.[15]

유럽 및 북미 등 서구권에서는 가로시나 궈라오쓰처럼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회적 용어는 드물다. 대신 세계보건기구국제질병분류에 성공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로 인한 증후군으로 등재한 번아웃을 주요 문제로 다룬다.[1] 이는 돌연사보다는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탈진 상태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프랑스는 2017년 업무 시간 외에 이메일이나 메시지에 응답하지 않을 권리, 즉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법제화하여 과도한 업무 연결로 인한 스트레스 예방을 시도하고 있다.[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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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 대책

일본

일본은 2014년 제정된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5] 이 법은 처벌보다는 국가의 책무를 강조하며, 정부가 매년 과로사 실태에 대한 조사·연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고 과로사 등 방지대책 백서(약칭 과로사 백서)로 공표하도록 의무화했다.[17] 2022년도 백서에 따르면 2021년 일본의 1인당 연간 총 노동시간은 1,633시간이었으며, 업무로 인한 강한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노동자 비율은 53.3%에 달했다.[18] 또한 매년 11월을 과로사 등 방지 계발 월간으로 지정하여 대국민 캠페인을 전개하고, 과로사 유가족 모임이나 예방 활동을 하는 민간단체를 국가가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이와 더불어 일하는 방식 개혁 관련법을 통해 노동 시간 상한(원칙적 월 45시간, 연 360시간)을 법률로 규정하고, 재택근무 활성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19]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가장 대표적인 법적 예방책은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이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특별연장근로 허용 문제 등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비판이 있다.[20]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사업주에게 노동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예방하고 관리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예: 뇌심혈관 질환 예방 프로그램 시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 등), 고용노동부는 택배 기사, 환경미화원 등 과로사 고위험 직군을 대상으로 건강진단 비용 지원 사업이나 찾아가는 건강 상담 등을 시행하고 있다.[21] 일본과 같은 과로사 방지법 제정안이 20대, 21대 국회에서 여러 차례 발의되었으나, 2025년 현재까지 본회의를 통과하지는 못하고 있다.[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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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보기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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