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 컵

월경 컵(영어: Menstrual cup) 또는 생리컵은 여성의 월경 기간 동안 질 내에 삽입하여 월경혈을 받아내는 종 모양의 위생용품이다. 대부분 인체에 무해한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져 유연하며, 반영구적으로 재사용이 가능하여 탐폰이나 생리대의 주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바르게 관리할 경우 제품에 따라 최장 10년까지 사용할 수 있어, 환경 보호와 경제적 절감이라는 두 가지 큰 이점을 제공한다. 최근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용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월경 컵과 성냥갑의 크기 비교.

생리혈이 담긴 월경 컵.

역사

초기 발명과 실패

현대적인 월경컵의 원형은 1937년 미국의 배우이자 작가인 리오나 차머스에 의해 발명되어 특허를 받았다.^[1] 당시에는 라텍스 고무로 제작되었으며, 이는 현재의 부드러운 실리콘 제품에 비해 훨씬 뻣뻣하고 두꺼웠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고무 부족 사태는 제품의 대중화를 가로막는 첫 번째 장애물이었다. 이후 1950년대 태싯이라는 브랜드로 재출시되었으나, 당시 사회는 여성이 자신의 몸, 특히 질 내부에 무언가를 삽입하는 행위에 대해 보수적인 인식이 강했다. 또한, 편리한 일회용 생리대의 등장으로 인해 재사용 제품인 월경컵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현대적 발전과 보급

월경컵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87년, 라텍스 대신 저자극성 의료용 실리콘으로 제작된 더 키퍼가 출시되면서부터다. 실리콘은 라텍스보다 부드럽고 인체에 안전하며 알레르기 반응이 적어 사용자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영국의 문컵을 필두로 다양한 브랜드가 등장했고,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사용자들의 후기가 공유되면서 월경컵은 점차 대안적인 월경용품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대한민국에서는 2015년까지 월경컵이 정식 허가된 의약외품이 아니어서 해외 직구를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요구와 안전성 검증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관련 규정을 개정했고, 2017년 12월 7일 국내 기업의 월경컵 '페미사이클'을 국내 최초로 공식 허가했다.^[2] 이를 기점으로 다양한 국내외 브랜드의 제품이 정식으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구조와 사용법

재질과 형태

월경컵은 사용자의 신체적 특성과 선호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재질, 모양, 크기, 경도(단단함)로 제작된다.

• 재질:
  • 의료용 실리콘: 가장 보편적인 재질로, 내구성이 뛰어나고 열에 강해 열탕 소독이 가능하다. 인체에 무해하며 알레르기 반응이 거의 없다.
  • 열가소성 엘라스토머(TPE): 실리콘보다 부드러운 촉감을 가지며 체온에 반응하여 몸에 맞게 변형되는 특징이 있다. 다만 실리콘에 비해 내구성과 내열성이 다소 떨어진다.
  • 천연고무: 초기 월경컵에 사용되었던 재질이지만, 특유의 냄새가 있고 라텍스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어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 구조:
  • 림: 컵의 가장 윗부분으로, 질 벽에 밀착되어 월경혈이 새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 공기 구멍: 림 바로 아래에 뚫린 작은 구멍들로, 컵을 삽입했을 때 질 내에서 잘 펼쳐지게 하고 제거 시 진공 상태를 쉽게 해제할 수 있도록 돕는다.
  • 몸통: 월경혈을 담는 부분으로, 용량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눈금선이 표시된 제품도 있다.
  • 손잡이: 컵을 쉽게 찾고 제거할 수 있도록 돕는 부분이다. 막대, 고리, 공 등 다양한 모양이 있으며, 길이는 개인의 자궁경부 높이에 맞춰 잘라 사용할 수 있다.

사이즈 및 선택 기준

자신에게 맞는 월경컵을 선택하는 것은 누수 방지와 편안한 착용감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주요 선택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자궁경부 높이: 월경 중에는 자궁경부가 평소보다 아래로 내려오는 경향이 있다. 손가락을 질 안에 넣어 중지가 자궁경부(자궁 입구의 단단한 부분)에 닿는 길이를 측정하여 자신의 자궁경부 높이(낮음, 보통, 높음)를 파악해야 한다. 자궁경부가 낮은 사람은 길이가 짧은 컵을, 높은 사람은 긴 컵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 월경량: 월경량이 많은 날을 기준으로 컵의 용량을 선택한다. 대부분의 월경컵은 일반 탐폰보다 2~3배 많은 양을 담을 수 있다.
• 출산 경험: 질식 분만을 경험한 경우 질 근육이 이완될 수 있으므로 직경이 더 크거나 단단한 컵이 권장되기도 한다.
• 골반저근의 긴장도: 요가, 필라테스 등 코어 근육을 단련하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골반저근의 힘이 강해 부드러운 컵을 사용할 경우 컵이 눌려 샐 수 있다. 이 경우 더 단단한 경도의 컵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사용법

1. 세척과 소독: 사용 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월경 주기가 시작될 때와 끝날 때는 끓는 물에 3~5분간 열탕 소독을 하여 세균을 제거한다.
2. 접기: 월경컵을 질에 쉽게 삽입하기 위해 작게 접는다. 대표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 • C-폴드: 컵의 입구를 눌러 납작하게 만든 후 반으로 접어 C자 모양으로 만든다. 가장 간단하지만 삽입 시 단면이 넓은 편이다.
  • 펀치다운-폴드: 컵 입구의 한쪽을 손가락으로 눌러 컵 바닥 쪽으로 밀어 넣는다. 삽입 지점의 크기가 가장 작아 초심자에게 추천된다.
  • 7-폴드: 컵을 납작하게 누른 뒤, 한쪽 모서리를 대각선 아래로 접어 숫자 7 모양으로 만든다.

1. 삽입: 변기에 앉거나 한쪽 다리를 올리는 등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질의 긴장을 푼다. 접은 컵을 꼬리뼈 방향을 향해 비스듬히 밀어 넣는다.
2. 펼치기 및 밀착: 컵이 질 내에서 완전히 펼쳐지면 '뽁'하는 느낌과 함께 질 벽에 밀착(실링)된다. 손가락으로 컵의 바닥을 만져 찌그러진 곳이 없는지 확인하거나 손잡이를 잡고 살짝 돌려보아 제대로 고정되었는지 확인한다.
3. 제거: 손가락을 넣어 컵의 몸통 아랫부분을 살짝 눌러 질 벽과의 밀착을 해제한다. 진공 상태가 풀리면 손잡이를 이용해 좌우로 부드럽게 움직이며 천천히 빼낸다. 손잡이만 잡아당기면 통증을 유발하거나 내용물이 쏟아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4. 비우기와 재사용: 내용물은 변기에 버리고, 컵은 물로 헹군 후 바로 다시 사용하거나 순한 여성청결제 또는 전용 세정제로 닦아 사용한다.

장점과 단점

장점

• 경제성: 초기 구매 비용은 약 2만~4만 원으로 일회용품보다 비싸지만,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매우 경제적이다. 한 여성이 평생 사용하는 월경용품 비용을 수십만 원 이상 절약할 수 있다.
• 환경 보호: 일회용 생리대와 탐폰은 플라스틱, 비닐, 합성 흡수체 등으로 구성되어 분해되는 데 수백 년이 걸린다. 한 사람이 평생 동안 약 1만 개 이상의 일회용 월경용품을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월경컵 사용은 이러한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친환경적인 선택이다.
• 건강과 안전: 월경혈을 흡수하지 않고 받아내기 때문에 질 내부의 수분과 유익균을 그대로 보존하여 질 건조증이나 칸디다 질염의 위험을 줄인다. 또한, 탐폰 사용 시 드물게 발생하는 독성쇼크증후군의 위험이 현저히 낮다.^[3] 염소계 표백제, 다이옥신, 살충제 등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될 우려가 없다.
• 편의성: 제품 용량에 따라 최대 12시간까지 착용할 수 있어 교체 주기가 길다. 수영, 등산, 장시간 비행 등 활동적인 여가 생활에 제약이 없으며, 수면 중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월경혈이 공기와 접촉하지 않아 냄새 걱정이 거의 없다.

단점

• 높은 진입 장벽: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고, 삽입과 제거에 익숙해지기까지 수차례의 월경 주기를 거치며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이 적응 기간 동안 불편함이나 누수를 경험할 수 있다.
• 위생 관리의 번거로움: 공중화장실처럼 개인 공간과 깨끗한 물이 확보되지 않은 곳에서는 컵을 비우고 세척하기가 불편할 수 있다. 이 경우, 여분의 월경컵이나 물티슈, 물병을 휴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한, 월경 주기 전후의 열탕 소독 과정이 필수적이다.
• 초기 비용 부담: 일회용품에 비해 한 번에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구매를 망설일 수 있다.
• 제거의 어려움: 밀착된 컵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내용물이 쏟아지거나 손에 묻을 수 있어 익숙해지기 전까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 의료적 고려사항: 자궁내장치(IUD)를 사용하는 경우, 월경컵 제거 시 진공을 제대로 풀지 않으면 IUD가 함께 이탈할 위험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따라서 IUD 사용자는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 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안전성 및 연구

월경컵의 안전성과 효용성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2019년 세계적인 의학 저널 《랜싯 공중보건》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는 월경컵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분석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연구는 43개의 관련 연구와 3,319명의 참여자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 월경컵은 다른 월경용품과 비교했을 때 누출률이 비슷하거나 더 낮았으며, 감염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 안전한 월경 위생 관리 방법이라고 결론 내렸다. 특히, 독성쇼크증후군의 보고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극히 드물어 탐폰보다 안전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3]

또한 이 연구는 월경컵이 저소득 국가 여성들의 월경 위생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강조했다. 재사용이 가능하므로 월경용품 구매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월경 빈곤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월경컵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전 세계적으로 더욱 신뢰받는 월경용품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같이 보기

• 월경
• 생리대
• 탐폰
• 독성쇼크증후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