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질문
타임라인
채팅
관점

유리 하모니카

위키백과, 무료 백과사전

유리 하모니카
Remove ads

유리 하모니카(영어: Glass Harmonica)는 다양한 크기의 유리 그릇을 회전축에 끼워 회전시키며 젖은 손가락을 마찰시켜 소리를 내는 체명악기이다. 1761년 미국의 정치가이자 과학자인 벤자민 프랭클린이 기존의 유리 하프를 기계적으로 개량하여 발명하였다.[1] 이탈리아어로 화음을 뜻하는 아르모니아에서 착안하여 프랭클린은 이 악기를 아르모니카라고 명명했다. 특유의 천상적이고 몽환적인 음색으로 18세기 후반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연주자의 건강을 해친다는 속설과 음량의 한계 등으로 인해 19세기 중반 이후 쇠퇴하였다. 오늘날에는 원전 연주 단체나 영화 음악 등에서 특수한 효과를 위해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Thumb

역사

요약
관점

기원 및 발명

유리잔의 가장자리를 문질러 소리를 내는 방식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이미 알려져 있었으며, 1740년대 아일랜드의 음악가 리처드 포크리치가 물을 채운 유리잔을 이용한 연주법을 체계화하여 천사의 오르간이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이후 크리스토프 빌리발트 글루크 등 당대의 음악가들이 런던 등지에서 유리잔 연주를 선보이며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1761년, 런던에 머물고 있던 벤자민 프랭클린은 에드워드 델라발이 연주하는 글라스 하프 공연을 관람하고 그 소리에 매료되었다.[2] 그러나 프랭클린은 각각의 유리잔에 물을 채워 음정을 조절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연주 시 많은 잔들을 오가야 하는 불편함을 개선하고자 했다. 그는 런던의 유리 직공 찰스 제임스와 협력하여 크기가 서로 다른 37개의 유리 그릇을 제작하였고, 이를 크기순으로 하나의 철제 회전축에 포개어 끼워 넣었다. 이 축은 하단의 발판과 연결되어 재봉틀처럼 발을 구르면 그릇 전체가 회전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기계적 혁신 덕분에 연주자는 자리에 앉아 피아노를 치듯 열 손가락을 모두 사용하여 화음과 빠른 선율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전성기와 쇠퇴

프랭클린의 발명 이후 유리 하모니카는 유럽 전역, 특히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18세기 후반에는 약 4,000여 개의 악기가 제작되었으며, 마리 앙투아네트가 어린 시절 이 악기를 배웠고, 괴테와 토머스 제퍼슨 등 당대의 지식인들도 이 악기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오스트리아의 의사 프란츠 안톤 메스머는 자신의 최면 치료 요법인 동물 자기 세션에서 환자들의 심리적 이완을 유도하기 위해 유리 하모니카를 연주하기도 했다.[3]

그러나 19세기에 접어들며 악기는 급격한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연주회장의 대형화였다. 피아노가 개량되어 음량이 커지고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섬세하고 여린 소리를 가진 유리 하모니카는 합주에서 소리가 묻히기 일쑤였다. 또한 악기가 연주자의 신경을 자극하여 정신병을 유발하거나, 당시 유리에 포함된 높은 납 성분이 연주자의 젖은 손가락을 통해 흡수되어 납 중독을 일으킨다는 소문이 확산되었다.[4] 이러한 건강상의 우려로 일부 도시에서는 악기 연주가 금지되기도 했으며, 결국 1830년대 이후 유리 하모니카는 박물관의 소장품으로 전락하며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현대의 부활

20세기에 들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의 작곡가가 다시 이 악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1930년대 독일의 브루노 호프만이 유리 하프 형태의 악기를 개량하여 연주 활동을 펼치며 재조명되었다. 결정적으로 1980년대에 미국의 유리 장인 게르하르트 핑켄바이너가 순수 석영 유리를 사용하여 납 중독의 위험을 원천적으로 없앤 현대적인 유리 하모니카를 다시 제작하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는 토머스 블로흐와 같은 전문 연주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영화 음악이나 현대 음악에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사용된다.

Remove ads

구조 및 원리

유리 하모니카의 핵심 구조는 크기가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일련의 유리 그릇들이다. 각 그릇의 바닥 중앙에는 구멍이 뚫려 있어 수평으로 놓인 금속 회전축에 끼워진다. 그릇들은 서로 직접 닿지 않도록 코르크 등의 완충재를 사이에 두고 고정되며, 저음을 관장하는 가장 큰 그릇이 왼쪽에, 고음을 관장하는 가장 작은 그릇이 오른쪽에 배치된다. 이는 피아노의 건반 배열과 유사하다.

Thumb

유리 그릇의 가장자리는 연주자가 음을 식별하기 쉽도록 색이 칠해져 있다. 일반적으로 피아노의 검은 건반에 해당하는 반음들은 금색이나 다른 색으로 칠해져 있고, 흰 건반에 해당하는 온음들은 투명한 상태로 남겨둔다. 악기의 하단부에는 얕은 물통이 설치되어 있어 회전하는 유리 그릇의 아랫부분이 물에 잠기도록 하거나, 연주자가 젖은 스펀지 등을 이용해 손가락이나 유리에 물을 묻혀가며 연주한다.

연주자가 페달을 밟거나 전기 모터를 이용해 축을 회전시키면 유리 그릇들이 일제히 돌아간다. 이때 물에 젖은 손가락 끝을 유리 가장자리에 가볍게 대면 마찰에 의해 유리가 진동하며 소리가 발생한다. 손가락의 압력과 위치, 물의 양 등을 조절하여 소리의 크기와 음색을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

Remove ads

음향적 특성 및 심리적 효과

유리 하모니카의 소리는 배음이 거의 없는 순수한 정현파에 가깝다. 일반적으로 악기의 소리는 기본음과 다양한 배음들이 섞여 그 악기만의 고유한 음색을 만들어내는데, 유리 하모니카는 이러한 배음 구조가 매우 단순하다. 또한 인간의 청각 시스템은 약 4,000Hz 이하의 주파수 대역에서 소리의 도달 시간 차이를 이용해 음원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유리 하모니카의 주된 음역대인 1,000Hz~4,000Hz 사이의 소리는 뇌가 좌우 귀의 위상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음향학적 특성으로 인해 청자는 소리가 어디서 들려오는지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어하며, 마치 소리가 허공을 떠다니거나 머릿속에서 직접 울리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18세기 청중들에게 천상의 소리라는 경외감을 줌과 동시에, 장시간 청취 시 신경 과민이나 불안감을 유발한다는 부정적 인식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주요 작품

유리 하모니카를 위해 작곡된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말년 작품들이다. 모차르트는 1791년, 시각장애인 여성 비르투오소였던 마리안네 키르히게스너를 위해 《아다지오와 론도 C단조 K. 617》과 독주곡 《아다지오 C장조 K. 356》을 작곡했다. 이 곡들은 유리 하모니카의 특성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작곡된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오늘날에도 자주 연주된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 역시 1814년 극음악 《레오노레 프로하스카》(Leonore Prohaska) 중 멜로드라마 부분에서 유리 하모니카를 사용하였으며, 요한 아돌프 하세, 칼 필립 에마누엘 바흐 등도 이 악기를 위한 곡을 남겼다. 오페라에서는 가에타노 도니제티가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유명한 광란의 장면에서 여주인공의 불안정한 심리를 묘사하기 위해 유리 하모니카 반주를 원곡에 지정했다. 그러나 초연 당시 연주자와 악기를 구하기 어려워 플루트로 대체되었고, 이것이 관행으로 굳어졌으나 현대에 들어서는 원래의 의도를 살려 유리 하모니카로 연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Remove ads

각주

같이 보기

외부 링크

Loading related searches...

Wikiwand - on

Seamless Wikipedia browsing. On steroids.

Remove a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