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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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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돌림은 특정 개인의 잘못이나 혐의를 대중 앞에 공개적으로 드러내어 망신을 주고 사회적으로 비난하는 행위를 일컫는 한국어 단어이다.
역사적으로는 죄를 지은 사람을 공개된 장소에 끌고 다니며 벌을 주던 형벌의 일종이었으나, 현대 사회, 특히 인터넷 시대에 들어서는 그 의미가 변용되었다. 오늘날에는 특정인의 신상 정보, 사생활, 과거 행적 등을 온라인상에 폭로하여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이 그에게 사이버 공격을 가하도록 유도하는 온라인 공개 처형 또는 사이버 린치와 같은 의미로 널리 사용된다. 이는 정당한 공적 비판의 경계를 넘어 한 개인의 인격을 파괴하는 심각한 사이버 불링의 한 형태로 간주된다.
어원 및 역사
전통 사회에서의 조리돌림
'조리돌림'의 명확한 어원은 문헌상으로 확립되지 않았으나, 조선 시대에 행해지던 비공식적 처벌, 즉 사형의 한 형태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당시 공동체의 규범, 특히 삼강오륜과 같은 유교적 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한 자(예: 간통, 불효)가 발생했을 때, 관아의 공식적인 처벌 외에 마을 사람들이 자치적으로 망신을 주어 공동체에서 축출하는 관행이 있었다.
죄인의 얼굴에 먹칠을 하거나 머리를 깎고, 죄목을 적은 팻말을 목에 건 채로 마을 광장이나 시장 거리를 끌고 다니며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을 받게 했다. 이는 대상에게 극도의 수치심을 안겨주는 명예형이자, 다른 공동체 구성원들에게는 규범 준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일종의 본보기 역할을 했다.
근현대와 의미의 변화
근대화 이후 이러한 전통적 형벌은 사라졌으나,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어 사회적으로 매장시킨다는 개념은 언어 속에 남아 계속 사용되었다. 일제강점기나 해방 직후의 혼란기에는 부역자나 비도덕적 행위자를 인민재판 형식으로 대중 앞에서 비난하는 행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2000년대 이후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보급되면서, 조리돌림은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사이버 공간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훨씬 더 강력하고 광범위한 형태로 부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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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사이버 조리돌림
현대의 조리돌림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몇 단계의 과정을 거쳐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1. 사건의 발단 및 공론화
특정 개인의 행동이나 발언이 담긴 글, 사진, 영상 등이 온라인 커뮤니티(디시인사이드, 뽐뿌, 에펨코리아 등)나 소셜 미디어(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 게시되면서 시작된다. 최초 게시물은 대중의 분노나 흥미를 유발하는 자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2. 정보의 확산과 '좌표 찍기'
해당 게시물은 '실시간 베스트' 등에 오르며 여러 플랫폼으로 빠르게 공유 및 확산된다. 이 과정에서 네티즌들은 특정 개인을 공격하기 위해 해당 게시물의 링크를 공유하는 행위, 소위 좌표 찍기를 통해 화력을 집중시킨다.
3. 신상털기와 낙인
네티즌 수사대라 불리는 이들에 의해 대상자의 이름, 나이, 거주지, 학교, 직장, 가족 관계 등 사적인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파헤쳐진다(신상털기). 이후 대상자는 '○○남/녀', '진상', '맘충' 등 부정적인 꼬리표가 붙어 사회적 낙인이 찍히게 된다.
4. 집단적 공격 및 2차 가해
신상이 공개된 후에는 대상자의 개인 SNS 계정, 블로그는 물론 직장이나 가족에게까지 악성 댓글, 협박성 메시지, 항의 전화 등이 쇄도한다. 심지어는 배달 음식을 대량으로 주문하거나 허위 신고를 하는 등 오프라인상의 괴롭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언론과 사이버 렉카들이 사건을 자극적으로 재생산하며 2차 가해에 가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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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문제 및 폐해
사이버 조리돌림은 개인과 사회에 심각하고 다층적인 폐해를 낳는다.
- 피해자의 인격 파괴: 피해자는 극심한 우울증,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으며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온라인에 남은 디지털 주홍글씨는 '잊힐 권리'를 보장받기 어려워 평생 피해자를 따라다니며 고통을 준다.
- 경제적 및 관계적 파탄: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운영하던 사업체가 폐업하는 등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다. 또한, 가족과 지인들까지 2차 피해를 입으면서 대인 관계가 완전히 파탄에 이르기도 한다.
- 무고한 피해자 양산과 사실 왜곡: 초기 정보가 허위이거나 과장된 경우에도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폭로로 인해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한다. 한번 마녀사냥의 대상으로 낙인찍히면, 이후 진실이 밝혀져도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 법치주의의 훼손: 정식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다수의 여론이 한 개인을 심판하고 처벌하는 것은 사적 제재에 해당하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법치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행위이다.
- 사회적 담론의 위축: 누구나 조리돌림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공포는 사회 전반에 자기검열을 강화시킨다. 이로 인해 건강한 토론과 다양한 의견 표명이 위축되는 위축 효과가 발생하여 사회의 활력을 저해한다.
발생 원인 및 심리학적 분석
사회·문화적 요인
- 사법 불신과 정의에 대한 갈증: 법이 사회 정의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팽배할 때, 대중은 직접 가해자를 응징하려는 '참여적 정의'에 대한 욕구를 느낀다.
- 집단주의 문화와 진영 논리: '우리'와 '저들'을 구분하고, 집단의 의견과 다르면 적으로 간주하여 공격하는 문화가 온라인에서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서는 진영 논리에 따라 상대 진영의 인물을 공격하는 무기로 조리돌림이 악용된다.
심리학적 기제
- 온라인 탈억제 효과: 익명성 뒤에 숨어 평소라면 하지 않을 공격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을 쉽게 하게 되는 현상이다.
- 몰개성화: 거대한 군중의 일원이 되면 개인의 정체성과 책임감이 희석되어, 집단의 감정과 행동에 쉽게 휩쓸리게 된다.
- 확증 편향: 사람들은 자신의 기존 신념이나 첫인상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표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계속해서 강화된다.
- 샤덴프로이데: 타인의 불행이나 고통을 보며 쾌감을 느끼는 심리. 특히 공격 대상이 사회적으로 성공했거나 오만하다고 인식될 때 이러한 심리가 더 강하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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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문제 및 대응
사이버 조리돌림에 가담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여러 범죄에 해당될 수 있다.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죄: 사실 또는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
- 형법상 모욕죄: 구체적인 사실 적시 없이 경멸적인 표현으로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 협박죄, 업무방해죄 등: 피해자의 직장에 반복적으로 전화하거나 위협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는 별도의 범죄를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가해자가 다수이고 익명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모든 가해자를 특정하여 법적 책임을 묻는 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불법 정보 삭제 및 차단을 지원하고 있으며, 포털 사이트들은 악성 댓글 방지 기능을 도입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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