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 구
자기 복제가 가능한 나노 기계가 무한한 증식을 통해 지구 전체를 뒤덮는 상태를 나타내는 가상의 지구 종말 시나리오 /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그레이 구(Grey goo) 시나리오는 자기 복제가 가능한 나노 기계가 무한한 증식을 통해 지구 전체를 뒤덮는 상태를 나타내는 가상의 지구 종말 시나리오이다. '그레이(Grey)'는 영어로 '회색, 잿빛'을 뜻하는 단어이고, '구(Goo)'는 아주 작고, 얇아 형체가 없는(식별할 수 없는) 물질을 의미한다.
그레이 구 시나리오는 분자 나노기술의 선구자로 알려진 에릭 드렉슬러(Eric Drexler, 1955~)가 그의 저서 『창조의 엔진 Engines of Creation』(1986)에서 처음으로 제안했다. 그 책에서 드렉슬러는 '분자를 원료로 사용해서 유용한 거시물질의 구조로 조립해내는 분자 크기의 장치'를 '어셈블러(assembler)'라고 명명했다. 어셈블러는 아주 기본적인 입자인 분자를 재료로 사용하므로 어떠한 물체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여겨진다. 또한 어셈블러 자체도 분자 크기의 장치이므로 대부분의 어셈블러는 자신을 복제할 수 있는 능력, 즉 자기증식 기능을 가질 것이다. 이 어셈블러는 생물체는 아니지만 생물체의 세포처럼 자기증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 드렉슬러는 이러한 "인간의 힘으로 통제 불가능한 자기복제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전 지구적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상태가 '그레이 구(Grey Goo, 잿빛 덩어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