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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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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 장애(영어: Delusional disorder)는 과거에 편집장애라고 불리던 정신 질환으로, 환각이나 사고 전파, 정서적 둔마 등 조현병의 특징적인 증상 없이 체계적이고 기괴하지 않은 망상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1] 여기서 기괴하지 않다는 것은 현실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SF적인 내용이 아니라, 누군가 자신을 미행한다거나, 배우자가 외도를 한다거나, 자신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등 현실에서 충분히 발생 가능한 상황을 소재로 한다는 의미이다. 이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망상과 관련된 주제를 제외하고는 인격이나 외모, 사회적 행동이 비교적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병을 인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2]

간략 정보 망상 장애, 진료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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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및 개념

망상 장애의 개념은 근대 정신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밀 크레펠린에 의해 정립되었다. 크레펠린은 19세기에 조발성 치매(현재의 조현병)와 구별되는 질환으로 편집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환각 없이 체계적인 망상 체계를 유지하는 상태를 설명했다. 이후 정신의학의 발달과 함께 이 개념은 더욱 정교화되었으며, 현재 사용되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서는 편집증이라는 용어 대신 망상 장애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편집증'이라는 용어가 단순히 피해 망상만을 시사하는 경향이 있어, 과대 망상이나 색정 망상 등 다양한 하위 유형을 포괄하기에 부적절하다는 판단 때문이다.[3]

역학

망상 장애는 비교적 드문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인구에서의 유병률은 약 0.2% 정도로 추산되지만, 환자들이 자신의 증상을 병으로 인식하지 않아 병원을 찾지 않는 경향이 강하므로 실제 유병률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1] 발병 연령은 주로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 사이의 중년기가 가장 흔하며, 노년기에 발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성별에 따른 유병률 차이는 크지 않으나, 유형별로 보면 질투형 망상은 남성에게, 색정형 망상은 여성에게 더 흔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2] 독신이거나 이민자, 혹은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집단에서 발병 위험이 다소 높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원인

망상 장애의 원인은 단일 요인으로 설명하기 어려우며, 생물학적, 심리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생물학적 요인

뇌의 신경전달물질 시스템, 특히 도파민 경로의 이상이 망상 형성에 기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변연계기저핵의 기능적 이상이 감정 조절과 믿음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전적 연구에 따르면 망상 장애 환자의 가족 내에서 조현병이나 망상 장애, 회피성 성격 장애의 유병률이 일반인보다 다소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 유전적 소인이 관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4] 그러나 조현병만큼 유전적 연관성이 뚜렷하지는 않다.

심리적 요인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는 억압된 무의식적 욕구나 갈등이 외부로 투사되면서 망상이 형성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자신이 타인을 미워하는 마음을 인정하기 힘들 때 "저 사람이 나를 미워해서 해치려 한다"는 피해 망상으로 변환하여 받아들이는 것이다.[2] 또한 낮은 자존감을 보상하기 위해 과대 망상을 형성하거나, 견디기 힘든 현실을 부정하고 반동 형성을 통해 망상적 신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기본적 신뢰의 결핍이나 어린 시절의 학대 경험 등도 성격 발달에 영향을 미쳐 편집증적 성향을 강화할 수 있다.

환경적 요인

사회적 고립은 망상 장애의 중요한 위험 인자 중 하나이다. 특히 이민이나 이주로 인해 언어적, 문화적 장벽을 겪는 상황이나 난청, 시력 저하와 같은 감각적 박탈 상태는 주변 상황을 오인하게 만들어 망상적 사고를 촉진할 수 있다. 고립된 상황에서는 자신의 잘못된 믿음을 교정해 줄 외부의 피드백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망상이 더욱 공고해지기 쉽다.

임상 양상

환자의 외모나 행동은 대체로 정상적이며 기괴해 보이지 않는다. 대화를 나눌 때에도 망상과 관련된 주제가 나오지 않는다면 지극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망상의 주제가 언급되는 순간 환자는 갑작스럽게 태도가 변하며 의심, 분노, 적개심을 드러내거나 열정적으로 자신의 믿음을 설파한다. 환자의 기분은 망상의 내용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과대 망상 환자는 의기양양한 기분을 보이고, 피해 망상 환자는 불안하고 예민한 모습을 보인다. 환자는 병식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으며, 자신의 믿음이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가 제시되어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그 증거를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망상 체계 안으로 편입시키기도 한다.

하위 유형

요약
관점

DSM-5는 망상의 주된 내용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세부 유형을 분류한다.[1]

색정형

자신보다 높은 지위에 있거나 유명한 인물이 자신을 비밀리에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 유형이다. 이를 드 클레랑보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환자는 상대방이 보내는 사소한 행동이나 매체에서의 발언을 자신에게 보내는 사랑의 신호로 해석한다. 이들은 끊임없이 편지를 보내거나 선물을 하고, 전화를 거는 등 상대방에게 접근하려 노력하며, 거절당하더라도 이를 '비밀을 지키기 위한 연기'라고 합리화한다. 이 과정에서 스토킹 범죄로 이어져 법적 제재를 받기도 한다.

과대형

자신이 위대한 재능, 통찰력, 혹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는 유형이다. 자신이 중요한 발명을 했지만 정부나 기업이 이를 가로채려 한다고 믿거나, 자신이 신의 계시를 받은 종교적 지도자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유명 인사와 특별한 친분 관계가 있다고 믿는 경우도 있다. 조증 삽화에서 나타나는 과대 망상과 구별해야 하는데, 망상 장애의 경우 기분의 들뜸보다는 망상 그 자체가 주된 증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질투형

정당한 근거 없이 배우자나 연인의 외도를 확신하는 유형으로, 오셀로 증후군 또는 부부 편집증이라고 불린다. 환자는 배우자의 속옷, 문자 메시지, 귀가 시간 등을 철저히 조사하며 사소한 단서를 외도의 결정적 증거로 왜곡하여 해석한다. 배우자의 결백을 증명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환자의 의심을 부채질할 뿐이다. 이 유형은 신체적 학대나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로 이어질 위험이 가장 높은 유형 중 하나이므로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피해형

가장 흔한 유형으로, 자신이 음모, 속임수, 미행, 독살 시도, 괴롭힘 등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믿는다. 환자는 사소한 불이익도 자신을 향한 거대한 악의의 결과라고 생각하며, 이에 대해 법정 소송을 제기하거나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집요하게 권리 구제를 시도한다. 이를 소송광이라고도 한다. 이들은 항상 주변을 경계하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며, 때로는 상상 속의 박해자에 대해 선제공격을 가하기도 한다.

신체형

자신의 피부, 장기, 혹은 신체 기능에 심각한 이상이 있다고 믿는 유형이다. 흔한 망상 내용으로는 몸에서 지독한 냄새가 난다, 피부 밑에 기생충이 있다, 장기가 썩어가고 있다, 신체 일부가 기형이다 등이 있다. 이러한 믿음 때문에 피부과, 성형외과, 내과 등을 전전하며 불필요한 검사나 수술을 요구한다. 신체 변형 장애나 건강염려증과 구별이 필요하나, 망상 장애의 경우 그 믿음의 강도가 망상적 수준으로 확고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혼합형 및 불특정형

어느 한 가지 유형의 망상이 두드러지지 않고 여러 유형이 혼재되어 나타나는 경우를 혼합형이라고 한다. 또한 망상적 믿음이 뚜렷하지만 특정 하위 유형으로 분류하기 모호한 경우 불특정형으로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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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및 감별 진단

망상 장애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병력 청취와 정신 상태 검사가 필수적이다. DSM-5 진단 기준에 따르면 기괴하지 않은 망상이 최소 1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하며, 조현병의 진단 기준 A를 충족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망상의 영향을 제외하면 기능이 현저하게 손상되지 않고 행동이 뚜렷하게 기이하지 않아야 한다.[1]

감별 진단은 매우 중요하다. 먼저 뇌종양, 치매, 뇌혈관 질환 등 기질적 뇌 병변이나 약물 중독으로 인한 증상을 배제하기 위해 뇌 영상 촬영 및 혈액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조현병과의 감별은 환각의 유무와 인격의 와해 정도를 통해 이루어지며, 우울증이나 양극성 장애와 같은 기분 장애에서 나타나는 망상은 기분 삽화 기간에만 국한되어 나타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편집성 성격 장애는 지속적인 의심과 불신을 특징으로 하지만, 명확하고 고정된 망상 체계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망상 장애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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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망상 장애 환자들은 병식이 없고 타인을 불신하기 때문에 치료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치료의 첫 번째 목표는 환자와 치료자 간의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다.[4]

약물 치료

항정신병 약물은 망상의 강도를 줄이고 망상과 관련된 불안 및 초조를 완화하는 데 사용된다. 리스페리돈, 올란자핀, 아리피프라졸 등의 비정형 항정신병제가 주로 처방된다. 환자가 약물을 독극물로 의심하여 복용을 거부할 수 있으므로, 약물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울이나 불안이 동반된 경우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병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약물 치료에 대한 반응은 조현병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신 치료

개인 정신 치료가 주된 치료법이며, 집단 치료는 환자의 의심과 경계심 때문에 권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치료자는 환자의 망상에 동조해서도 안 되지만,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거나 비난해서도 안 된다. 대신 환자가 느끼는 고통과 불안에 공감해주면서, 점진적으로 현실 검증력을 높여주는 접근이 필요하다. 인지 행동 치료를 통해 망상을 뒷받침하는 증거의 타당성을 재검토하고 대안적인 설명을 모색하도록 도울 수 있다. 가족 치료를 통해 가족들이 환자의 망상에 휘말리지 않으면서도 환자를 지지해 줄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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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후

망상 장애의 경과는 환자마다 매우 다양하다. 약 50%의 환자는 치료를 통해 증상이 회복되거나 호전되지만, 20% 정도는 증상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나머지 30%는 증상이 변화 없이 지속되는 만성적 경과를 보인다.[2] 예후가 좋은 인자로는 높은 사회적 및 직업적 기능, 30세 이전의 이른 발병, 급성 발병, 짧은 유병 기간, 뚜렷한 유발 요인이 있는 경우 등이 있다. 반면 피해형 망상이거나 망상 체계가 매우 견고한 경우, 그리고 발병이 점진적이고 만성적인 경우에는 예후가 좋지 않다. 망상 장애가 조현병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같이 보기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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