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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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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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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영어: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은 미국 정신의학 협회가 출판하는 정신질환의 진단 분류 및 기준에 대한 권위 있는 안내서이다. 이 편람은 정신건강 분야의 임상가와 연구자들이 진단에 대한 일관성을 확보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공통 언어를 제공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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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S-5-TR의 표지

전 세계의 정신건강 전문가, 연구자, 의사뿐만 아니라 제약 회사, 보험 회사, 법조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참고 자료로 사용된다. 최신판은 2022년에 내용이 보강된 DSM-5-TR이다. DSM은 세계보건기구국제질병분류와 함께 현대 정신의학 진단 체계의 양대 산맥으로 여겨지며, 두 체계는 점차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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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요약
관점

DSM의 역사는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사회적, 과학적 관점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한다. 초기 정신분석학적 접근에서 출발하여 경험적 데이터에 기반한 현대적 진단 체계로 발전해왔다.

DSM-I (1952)과 DSM-II (1968)

초기 DSM은 제2차 세계대전 중 군인들의 정신 상태를 진단하기 위해 개발된 미군의 분류 체계(Medical 203)에 큰 영향을 받았다.

  • DSM-I (1952년): 당시 정신의학계를 지배하던 정신분석학의 영향을 받아, 정신질환을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개인의 반응으로 설명했다. 예를 들어, 조현병은 정신분열 반응으로 기술되었다. 이는 심리적 원인론을 강조한 접근이었으나, 진단 기준이 모호하고 서술적이어서 진단가 간 신뢰도가 매우 낮다는 한계가 있었다.
  • DSM-II (1968년): DSM-I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면서 반응이라는 용어를 삭제했지만, 여전히 정신역동적 설명이 남아 있었다. 이 시기에는 진단이 임상가의 주관적 판단에 크게 의존했다. 특히 이 판에서는 동성애가 성적 도착의 일환으로 분류되어 있었는데, 이는 이후 과학적, 사회적 논쟁을 거쳐 수정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패러다임의 전환: DSM-III (1980)

로버트 스피처가 이끈 태스크포스의 주도로 개발된 DSM-III는 정신의학 진단의 혁명으로 평가받는다. 이전 버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혁신적인 변화를 도입했다.

  1. 명시적 진단 기준: 각 질환에 대해 충족되어야 할 구체적인 증상 목록(예: "다음 9가지 증상 중 5가지 이상이 2주 이상 지속될 것")을 제시하여 진단의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2. 무이론적 접근: 정신분석, 행동주의 등 특정 이론적 입장을 배제하고, 원인이 아닌 관찰 가능한 증상과 징후에 집중하는 기술적 접근을 채택했다. 이는 서로 다른 이론적 배경을 가진 임상가와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3. 다축 진단 체계: 환자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5개의 축(Axis)으로 나누어 평가하도록 했다.
    • 축 I: 주요 정신장애 (예: 우울장애, 불안장애)
    • 축 II: 성격장애, 정신지체 (현재의 지적장애)
    • 축 III: 진단과 관련된 일반적인 의학적 상태
    • 축 IV: 심리사회적, 환경적 문제 (예: 실직, 이혼)
    • 축 V: 전반적인 기능 수준 평가 (GAF, Global Assessment of Functioning) 척도

이러한 변화를 통해 DSM-III는 정신의학을 보다 경험적이고 과학적인 의학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1] 1987년에는 일부 기준을 수정한 DSM-III-R이 출판되었다.

경험적 데이터 기반의 DSM-IV (1994)

앨런 프랜시스의 주도하에 개정된 DSM-IV는 DSM-III의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광범위한 문헌 연구, 데이터 재분석, 다기관 현장 연구 등 철저한 경험적 증거에 기반하여 진단 기준을 다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는 증거 기반 의학의 흐름을 정신의학 진단에 본격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진단 체계의 과학적 정당성을 강화했다. 2000년에는 최신 연구 결과를 반영하고 일부 오류를 수정한 텍스트 개정판(DSM-IV-TR)이 나왔다.

현대의 DSM-5 (2013)와 DSM-5-TR (2022)

19년 만의 전면 개정판인 DSM-5는 신경과학의 발전을 반영하고 차원적 접근을 일부 도입하는 등 큰 변화를 시도했으나, 그 과정에서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 주요 변경 사항:
  • DSM-5-TR(2022년): 텍스트 개정판으로, 지속성 애도 장애를 정식 진단으로 추가하고, 인종, 문화, 성별 등 사회문화적 맥락을 진단에 고려해야 함을 강조하는 내용을 대폭 보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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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적 평가와 비판

DSM은 정신의학 분야에 큰 기여를 했지만, 동시에 그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긍정적 평가

  • 진단 신뢰도 향상: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여 다른 임상가라도 동일한 환자에게 유사한 진단을 내릴 확률을 높였다.
  • 연구의 촉진: 표준화된 진단 기준은 전 세계 연구자들이 동일한 조건의 환자군을 모집하여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비교할 수 있게 만들어, 정신질환의 원인 규명과 치료법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
  • 의사소통의 표준 제공: 임상가, 연구자, 교육자, 환자, 가족 간에 정신질환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공통된 틀을 제공했다.

주요 비판과 한계

  • 타당도의 문제: DSM의 진단은 근본적인 병리생리학적 원인이 아닌, 관찰되는 증상의 묶음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즉, 우울장애라는 진단명이 뇌의 특정 상태나 생물학적 표지자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전 미국 국립정신보건원 원장 토머스 인셀은 이러한 한계를 지적하며, 뇌 회로와 유전학 등 생물학적 지표에 기반한 새로운 분류 체계인 연구영역기준(RDoC) 프로젝트를 추진했다.[2]
  • 범주적 모델의 한계: DSM은 기본적으로 질병의 유무를 나누는 범주적 모델을 따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신 증상은 정상에서 심각한 상태까지 연속선상에 있는 차원적 속성을 가진다. 예를 들어, 성격장애의 경우 특정 기준 개수를 넘으면 장애, 넘지 않으면 정상으로 분류하는 것은 인위적이라는 비판이 많다. DSM-5는 차원적 접근을 일부 도입했으나, 여전히 범주적 틀이 중심이다.
  • 정상적인 삶의 의료화: 개정판이 나올수록 진단 기준이 완화되거나 새로운 진단이 추가되면서, 슬픔, 불안, 괴팍함 등 정상적인 인간 경험의 일부까지 정신질환으로 취급한다는 비판이다. DSM-5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한 후 2주만 지나도 우울장애로 진단할 수 있게 한 사별 배제 조항 삭제는 큰 논란을 일으켰다.
  • 문화적 편견: DSM은 서구, 특히 미국의 문화적 배경에서 개발되어 비서구권 문화의 다양한 증상 표현 방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화병과 같은 문화고유증후군은 DSM의 진단 체계로 완벽히 설명하기 어렵다. DSM-5부터는 문화적 개념화 면담 등을 포함하여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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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논란

DSM의 개정 과정은 단순한 학술적 논의를 넘어 사회적, 정치적 논쟁의 장이 되어왔다.

동성애 진단 삭제 (1973)

DSM-II까지 정신장애로 분류되었던 동성애는 1970년대 초 성소수자 인권 운동가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했다. 이들은 APA 연례 학술대회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과학적 연구에서도 동성애가 이성애에 비해 심리적 기능의 손상과 관련이 없다는 증거들이 축적되었다. 결국 1973년, APA 이사회는 투표를 통해 동성애를 정신장애 목록에서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건은 정신장애의 정의가 사회적 가치와 정치적 협상의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이다.[3]

제약 산업과의 이해관계

DSM 개정에 참여하는 위원들이 거대 제약 회사로부터 자문료, 연구비, 강연료 등을 받는다는 사실은 꾸준히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2012년 한 연구에 따르면, DSM-5 위원회 위원의 69%가 제약 산업과 재정적 관계를 맺고 있었다.[4] 이러한 이해관계는 진단 기준을 완화하여 더 많은 사람에게 약물 처방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DSM-5 개정 과정의 논란

DSM-5 개정은 유례없이 격렬한 비판에 휩싸였다. DSM-IV 개정을 이끌었던 앨런 프랜시스는 DSM-5가 진단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제약회사의 배만 불릴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출간했다.[5] 또한, 영국 심리학회 등 여러 전문가 단체들이 DSM-5의 생물학적 모델 편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비밀주의적 의사결정 과정과 일부 진단(예: 조현병 약화 정신증 증후군)의 신설 시도 역시 큰 논란이 되었다.

같이 보기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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