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과거의 경험이나 학습에 대해 보유하고 있는 정보 /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기억(記憶)은 시간이 지나도 지속되는 학습의 결과물로[1]:178 경험한 바를 획득하고 저장하며 나중에 다시 회상할 수 있는 마음의 기능이다.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정보를 보유하며 이를 통하여 미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2] 기억되는 정보는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 모든 감각 기관을 통한 경험뿐만 아니라 사건의 순서, 관련 자료와 정보, 수식과 같은 논리적 해석 등 매우 다양하다.
초파리와 같이 뇌를 지닌 생물뿐만 아니라 상자해파리와 같이 뇌를 지니지 않고 간단한 신경계만으로 이루어진 동물들도 경험한 정보를 기억하는 것이 보고되어 있다.[3] 과거의 경험을 다시 떠올리는 회상, 과거에 경험한 것을 마주할 때 이전의 것을 확인하는 재인, 동일한 학습을 다시 반복할 때 보다 신속히 완료하는 재학습과 같은 파지를 측정하여 해당 대상이 기억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1]:179
인간은 특히 시각적 경험의 재인식에 뛰어난 기억력을 보인다. 5천여 명의 얼굴을 영구적으로 기억하고, 몇 십년이 지난 고등학교 졸업 앨범의 얼굴을 보며 누구인지 떠올릴 수 있다.[1]:178-179 과거의 사건을 기억할 수 없다면 언어, 관계, 개인의 정체성 발전도 불가능할 것이다.[4]
기억하던 것을 잊는 망각 역시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마음게 크게 자리잡은 일들만이 상세하게 기억되고 나머지 소소한 것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혀진다. 애써 기억하려 하여도 잠시 기억이 나지 않는 건망증이나 여러 원인으로 과거의 기억을 잃는 기억상실과 같은 일도 일어난다.[5][6][7][8][9][10]
기억은 종종 감각처리를 통해 인식하는 감각 기억, 짧은 시간 동안 정보를 저장하는 단기 기억이나 작업 기억, 그리고 오랫동안 경험하고 학습한 일을 기억하는 장기 기억으로 구성된 정보 처리 시스템으로 설명된다.[11] 이러한 시스템은 신경 세포의 커넥톰에 의해 작동하지만 세세한 메커니즘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는 않았다.[12]
눈, 코, 입 등의 감각기관에 의해 수용되는 외부 세계의 물리적 화학적 자극은 감각처리를 통하여 인식되며, 이는 다양한 수준의 주의 집중이나 수용 의도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칵테일 파티 효과와 같이 사람이 많은 모임에서도 자신이 대화하고 싶은 목소리만 선택하여 집중하고 나머지 목소리들은 무시할 수 있다.[13] 이렇게 인식된 정보는 당장의 활동을 위해 임시로 기억된다. 필요하면 과거의 경험을 회상하여 지금 작업하고 있는 내용에 참조할 수도 있다. 단기 기억이나 작업 기억은 지금의 행동이 완료된 뒤 크게 의미가 없으면 짧은 시간 뒤에 잊혀지지만, 필요한 경우 여러 방식의 작용을 통해 오랫 동안 기억하게 된다.[11]
오랫동안 경험을 보존하는 장기 기억은 방식에 따라 명시적 기억과 암묵적 기억으로 구분된다.[14] 명시적 기억에는 경험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의미 기억과[15] 시간적 공간적 흐름에 따라 경험을 기억하는 일화 기억이 있다.[16][17][18] 일반적으로 과거의 일을 회상할 때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러한 명시적 기억이다.[15] 한편 암묵적 기억은 무의식적으로 기억되는 것들로서[19] 따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더라도 수행되는 작업과 같은 절차 기억이 있다.[15][19][20] 일단 행동이 점화되면 의식적으로 기억이 활성화 되지 않더라도 다음 단계의 행동이 자동적으로 이어진다.[20] 흔히 "몸이 기억한다"고 표현하는 절차 기억은 수 없이 반복된 학습이 무의식적 단계에서 기억되는 것이어서[21] 그 만큼 느리고 점진적인 기술의 습득 과정이다.[15][19]
기억은 모순없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으며 많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감각의 수용 단계에서 부터 인식, 장단기 기억, 회상 및 재인의 과정 모두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통증이 기억력 감퇴를 가져 온다는 것이 만성 통증 환자의 사례와 동물 실험을 통해 확인되었다.[22][23][24][25] 새로운 자극에 얼마나 주의를 기울이는 지도 기억되는 정보양에 영향을 준다. 무심코 지나친 것들은 대부분 기억되지 않는다.[26] 뇌에서 기억에 큰 관여를 하는 해마체가 손상되면 여러 기능 장애를 겪을 수 있다.[27][28] 장기 기억이 망각되면 더 이상 기억된 정보를 꺼낼 수 없게 된다.[26] 뇌와 신경계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더라도 기억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차츰 희미해지며 뇌의 손상이 있다면 기억의 양과 정확성 모두 악영향을 받는다.[29][30] 알츠하이머병은 오랜 과거의 일은 비교적 또렷이 기억하지만 최근의 일에 대한 기억 보존은 어려움을 겪는다.[31]: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