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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로니아 세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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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로니아 세계 지도(영어: Babylonian Map of the World)는 기원전 9세기에 제작된 바빌로니아의 점토판으로, 아카드어로 된 비문 두 단락과 함께 도식화된 세계 지도가 그려져 있다. 기원전 8세기 말에서 기원전 7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기도 하며, 쓰여진 글귀는 전체 내용 중에 일부가 소실되어 있다. 이 점토판에 새겨진 지도는 당대 알려진 세계를 묘사한 가장 오래된 지도로 평가된다. 첫 출토 이래 지도의 전반적인 해석과 세부적 특징에 관하여 학계의 논란이 있었다.[1] 당대 바빌로니아 천문학에 따른 세계관에 충실하고 있으며, 이보다 약 2천년 앞서 초기왕조 시대에 제작된 점토판 VAT 12772의 그림에서도 비슷한 지형이 드러나고 있다.[2]
지도의 방위는 상단이 북쪽, 하단이 남쪽으로 유프라테스강을 중심으로 삼고 있으며, 하구는 '늪' 내지는 '빠져나감'으로 표기되어 있다. 바빌론 시는 지도 상단부 유프라데스강 위에 표시되어 있고, 엘람의 수도 수사 (Susa)는 남쪽에, 우라르투는 북동쪽에, 카시트인의 수도 합반(Habban)은 북서쪽에 (잘못) 표시되어 있다. 메소포타미아 땅 주변으로는 원형의 '쓴맛 나는 강', 즉 바다로 둘러싼 모습이며 그 둘레를 따라 삼각형이 솟아 있는데 바빌로니아 주변의 큰 산들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3]
19세기 말 오스만 제국 바그다드주 시파르에서 고고학자 호르무즈드 라삼이 처음 발견하였다. 시파르는 바빌론에서 북쪽으로 60km 떨어진 도시로 유프라테스강 동안에 자리한 지역인데,[4] 원래는 보르시파라는 도시에서 제작되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5] 1882년 대영박물관이 구입하여 BM 92687이라는 관리번호로 현재까지 소장하고 있으며,[4] 1889년에는 점토판 해독이 처음으로 이루어졌다.[6] 1995년에는 점토판 지도의 삼각형 가운데 최상단 부분의 조각이 새로 발견되어 제자리의 복원되었다.[7]
이탈리아의 카를로 차카니니 (Carlo Zaccagnini)는 바빌로니아 세계지도와 중세 유럽의 TO 지도와의 유사점을 지적하며, 바빌로니아 지도의 형태가 유럽으로 계승되었을지 모른다는 설을 제기하였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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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관점
바빌로니아 지도는 크게 3가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면 하단의 세계지도, 상단의 문구, 뒷면의 문구가 그것이다. 이 세가지 요소를 하나의 문서로 묶어 봐야 하는지는 불분명한데, 문구 상에 철저한 차이점이 존재하여 세가지 요소가 각각 별개의 문서에서 취해 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9]
지도
점토판 하단의 지도는 두 개의 원을 큰 경계로 두고 있으며, 안쪽 원과 바깥의 일부 지역에 설형문자로 된 표시를 달아놓았다. 경계를 이루는 원형의 굵은 선은 '쓴 맛이 나는 강'이라는 뜻의 마라툼 (maratum)이라는 표기가 있는데, 이는 곧 염수로 가득한 바다를 의미한다. 7개의 작은 원은 우루크 등의 도시들을 나타내는데, 바빌론은 중앙에서 북쪽에 표시하였으며, 하단의 평행선은 메소포타미아 남부의 습지를, 북동쪽에서 뻗어나온 곡선은 자그로스 산맥을 나타낸 것으로 추정된다.[10][11][12][13][14]
세계의 형태가 원반형인 것은 당대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입각한 세계관이기 때문이다. 수직으로 표시된 유프라테스 강둑은 아트라하시스 홍수 설화에서 아눈나(Anunna)신이 머무는 것으로 등장한다. 삼각형은 세계의 가장자리에 있는 산들을 나타냈으며, 여기에는 아트라하시스 (기독교의 노아 격)가 홍수를 피해 다다랐다고 전해지는 아라라트산도 표현되어 있다.[15] 동시에 창세기 이후 지구를 둘러싼 여신 티아마트 (염해의 뱀)을 상징한다. 타이마트는 담수의 신 압수와 함께 모든 신의 부모를 이룬다.

원 밖에는 일곱여덟 개의 삼각형이 쳐져 있는데 각 삼각형은 '영역' (nagu, 나구), 즉 당대 바빌로니아 사람들에게 미지의 영역이었던 곳을 나타낸다. 원본에서 떨어져 나간 부분을 제외하고 판독이 가능한 것은 총 다섯 개로 확인된다.[4]
| 1 | '산'(šá-du-ú) | |
| 2 | '도시'(uru) | |
| 3 | 우라르투(ú-ra-áš-tu) | |
| 4 | 아시리아(kuraš+šurki) | |
| 5 | 데르 (dēr, 도시) | |
| 6 | (해독불가) | |
| 7 | 습지(ap-pa-ru) | |
| 8 | 수사 (엘람의 수도)(šuša) | |
| 9 | 운하/'빠져나감'(bit-qu) | |
| 10 | 비트야킨(bῑt-ia-᾿-ki-nu, 지역) | |
| 11 | '도시'(uru) | |
| 12 | 합반 (ha-ab-ban, 카시트인의 고장) | |
| 13 | 바빌론(tin.tirki)[주 1] | |
| 14~17 | 바다 (idmar-ra-tum, 염해) | |
| 18~22 | 미지의 '영역' (nagu)에 관한 설명 | |
| 23 | 표기 없음 (아시리아의 도시?) | |
| 24 | 표기 없음 (합반의 도시?) | |
| 25 |
문구
앞면

지도 바로 위에 적힌 문구는 총 11줄 분량으로,[17] 바빌론의 수호신 마르두크가 원시의 염해 (여신 티아마트)를 갈라 육지와 바다를 창조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창세기의 한 글귀로 해석된다. 처음에는 바다의 기원에 관한 설명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그가 바다 속에 가둔 몰락한 신들이 그곳에 있다. 독사와 거대한 바다뱀도 그 속에 있다.
그 다음으로 육지로 시점을 옮겨 "마르두크가 끝없는 바다 위에 만들어낸 짐승들"이라며 두 종류의 신화 속 생물 (안주새와 전갈인간)과 열다섯 종류의 육지생물 (산양, 가젤, 사자, 늑대, 수컷과 암컷 원숭이, 타조, 고양이, 카멜레온 등)이 나열된다. 이 가운데 고양이를 제외하면 전부 메소포타미아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나 볼 수 있었던 동물들에 해당된다.
마지막 두 줄에서는 전설 속의 영웅 세 명이 언급되는데 첫째는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홍수의 영웅으로 묘사되는 우트나피쉬팀, 두번째는 아카드의 통치자 사르곤, 마지막은 사르곤의 정적이자 푸루샨다의 국왕이었던 누르다간이다.[18]
뒷면
뒷면에 적힌 문구는 총 29줄 분량으로 여덟 개의 나구, 즉 미지의 영역을 설명한 것으로 해석된다.[19] 서론에서는 첫번째 나구의 위치를 잡는 법을 소개하였고, 두번째 나구는 거기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시작으로 나머지 일곱 개의 나구를 차례대로 소개하는데, 모두 'n번째 나구까지는 7베루 거리를 가게 된다'[주 3]라는 문장을 취하고 있다. 여기서 잡은 거리는 실제 각 나구 사이의 거리라기보다는 바다의 너비를 나타낸 것으로 추정된다.[20]
이 단락이 여덟 가지 나구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라는 사실은 확인되지만, 첫번째와 두번째, 여섯번째 나구에 관한 서술은 손상이 심한 관계로 해독이 불가능하다. 다섯번째 나구에 관한 설명이 가장 길지만 이 역시 잘려나간 부분이 있어 제대로 된 해독이 불가능하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문구는 다음과 같이 해독된다.
- 세번째 나구 : "날개 달린 새도 안전히 지나(갈 수 없다)"
- 네번째 나구 : "[...]는 20손가락, 파르시크툼(parsiktum)만큼 두껍고 [...]"
- 일곱번째 나구: "뿔 있는 가축들이 [...] 빠르게 달려 닿는 곳은 [...]"
- 여덟번쨰 나구: "[...] 그곳은 [...] 그 입구에서 새벽이 밝아온다."
세번째 나구는 새조차 못 지나가는 황량한 사막을, 네번째 나구는 엄청난 크기의 물체를 묘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지막 여덟번째 나구에 관한 설명은 동쪽에 위치한 천상의 문으로, 태양이 떠오르며 새벽을 불러오는 곳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영국의 고고학자 어빙 핀켈 (Irving Finkel)은 세번째 나구에 관한 문구에서 언급된 '새'가 지도를 만든 사람을 은유한 것이라는 설을 제기하였다. 이말인즉슨 마치 하늘에서 대지를 훤히 내려다보는 새의 시선처럼, 자신의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당대 알려진 세계를 두루 짚을 수 있었던 인물이라는 뜻이다.[21] 또한 네번째 나구에 관한 문구에서 '파르시크툼'이라는 단위는 기존 바빌로니아 문헌에서 오직 우트나피쉬팀의 방주 규격으로만 알려져 있음을 지적하며, 각각의 나구는 사실 홍수 설화에서 우트나피쉬팀이 정박한 곳에 해당된다는 설을 내세웠다. 특히 네번째 나구는 '쓴 강' (바다) 안쪽 우라르투 지역 주변에 산 모양으로 표시되어 있으므로, 성경의 노아의 방주가 도달했다는 아라라트산을 뜻하는 것일 수 있다고 보았다.
이 다음으로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 온 (세계)의 사분면에"라는 문장과 함께 앞면의 지도가 조감도의 형태로 그려졌음을 밝히고, 각 나구가 무한히 멀리 뻗어 있어 미지의 영역임을 밝힌다. 마지막 두 줄은 "옛 원본에서 필사하여 교정한 [...] 에아벨릴의 후손, 이슈루의 아들"이란 문구가 적혀 있어, 이 점토판을 기록한 필사의 이름을 새겼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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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바빌로니아 세계지도 (이라크 시파르 출토), 기원전 6세기, 대영박물관 소장.
- 바빌로니아 세계지도 (이라크 시파르 출토), 기원전 6세기, 대영박물관 소장.
- 바빌로니아 세계지도 (이라크 시파르 출토), 기원전 6세기, 대영박물관 소장.
같이 보기
- 고대 근동의 도시 목록
- 바빌로니아 천문학
각주
참고문헌
관련 문헌
외부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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