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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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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10월 23일부터 30일까지 모두 6차전을 치러서, 현대 유니콘스가 LG 트윈스를 4승 2패로 누르고 창단 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시리즈 MVP로는 현대의 정민태 선수가 차지했다.
정규 시즌
플레이오프 결과
정규리그 3위 LG 트윈스와 4위 OB 베어스가 맞붙은 준 플레이오프에선 LG가 2연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LG는 여세를 몰아 정규리그 2위를 기록한 삼성 라이온즈에 3승 1패로 승리하며 첫 우승을 노리는 현대와 한국시리즈를 치르게 되었다.
경기 기록
한국시리즈 경기 결과
요약
관점
1차전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는 탤런트 채시라가 맡았다. 이번 1차전은 한국시리즈 MVP를 두 차례 수상한 투수 김용수와 아직 한국시리즈 승리가 없는 정민태의 맞대결이었다. 동시에 정규리그 다승왕 1위(18승) 김용수와 2위(17승) 정민태의 자존심 대결이기도 했다.
정민태는 4년 전 LG를 상대로 5이닝 동안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며 완벽한 피칭을 보여줬지만, 불펜과 수비의 실책으로 승리를 놓친 아픈 기억이 있었다. 1998시즌 들어서도 LG전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LG 타자들이 자신의 투구 버릇을 간파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과감히 투구폼을 변경했다.
1회초부터 정민태는 류지현, 김재현, 주니어 펠릭스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압도적인 기세를 보였다. 당시 LG 전력분석관 김정준 코치는 “그때 이미 승부가 현대 쪽으로 기울었다”고 회상했다. 평소 류지현과의 대결에서 풀카운트 승부가 많았던 정민태는 이날 4구째에 삼진을 잡으며 경기 초반부터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체인지업, 스플리터, 포크볼 등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LG 타선을 완벽히 봉쇄했다. 또한 최고 구속 153km의 강속구와 정교한 코너워크로 상대를 압도했다.
승부는 5회말에 갈렸다. 현대의 클린업 타선이 대거 5점을 뽑아내며 흐름을 완전히 가져왔다. 선두타자 박경완이 볼넷으로 출루하고, 이어 이명수의 우익수 쪽 빗맞은 타구가 2루타가 되며 무사 2,3루 찬스를 만들었다. 흔들린 김용수는 박진만의 2루타로 두 점을 허용했고, 이후 전준호의 희생번트와 김인호의 스퀴즈 번트로 점수는 3:0이 되었다. 박재홍의 2루타와 이숭용의 땅볼 타점으로 추가점을 내주자 김용수는 결국 강판됐다. 바뀐 투수 송유석을 상대로 김경기가 적시타를 날리며 현대는 5회에만 5점을 올렸다.
7회에는 이숭용이 쐐기 솔로홈런을 터뜨렸고, 8회에는 스캇 쿨바가 홈런을 추가하며 점수는 7:0으로 벌어졌다. 이어 현대는 상위타선이 폭발하며 8회에만 5점을 더 얻어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8회까지 완벽하게 던진 정민태는 루키 김수경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김수경은 김재현의 2루타와 펠릭스의 안타로 2점을 내줬지만, 박경완의 리드를 바탕으로 침착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결국 현대는 12:2로 완승을 거뒀다. 정민태는 8이닝 동안 8탈삼진, 2피안타, 1볼넷의 완벽한 투구로 김용수에게 다승왕을 내줬던 아쉬움을 시원하게 씻어냈다. 그는 특히 현대전에 강했던 심재학에게 2회 한 차례 안타를 허용했을 뿐, 5회까지 삼자범퇴 행진을 이어가며 LG 타선을 압도했다.
- 이 방송은 KBS 2TV에서 중계되었다.
2차전
2차전에서도 선발투수의 호투가 승부를 갈랐다. 현대는 정명원이, LG는 최향남이 각각 선발로 나섰다.
정명원은 6이닝 동안 6안타 2볼넷을 내주면서도 단 1실점으로 막아내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반면 최향남은 3⅓이닝 동안 홈런 두 방을 허용하며 흔들렸고, 3⅔이닝 4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이날도 선취점은 현대가 먼저 가져갔다. 2회말, 김경기가 우익수 담장을 맞히는 2루타를 날린 뒤 이명수가 중전 안타를 때려내며 1대 0으로 앞서갔다. 이어 3회말에는 김인호와 박재홍이 한국시리즈 사상 최초의 백투백 홈런을 연달아 터뜨리며 점수를 3대 0으로 벌렸다.
최향남은 4회말 2사 만루 위기에서 결국 마운드를 내려갔고, 뒤이어 등판한 김기범이 전준호에게 밀어내기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며 현대는 1점을 더 추가했다.
LG는 6회초 반격을 시도했다. 김재현과 주니어 펠릭스의 연속 안타, 이어진 심재학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이병규의 강한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2루수 이명수의 글러브에 빨려들어가며 더블아웃으로 연결돼 흐름이 끊겼다.
7회초에도 무사 1루 3루의 찬스를 만들었지만, 이번에도 이명수가 병살타를 유도하며 기회를 무산시켰다. 그 과정에서 LG는 1점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7회부터 마운드를 이어받은 루키 김수경은 안정적인 피칭으로 남은 이닝을 완벽히 틀어막으며 한국시리즈 최연소 세이브를 기록했다.
결국 현대가 2차전까지 연승을 거두며 시리즈 주도권을 확실히 잡았다.
3차전
인천에서 1, 2차전을 내준 LG는 벼랑 끝에 몰렸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서 LG는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깜짝 호투로 승리를 이끌었던 선발투수 손혁을 마운드에 올렸다. 반면 현대는 가을야구 경험이 풍부한 구원투수 조규제를 선발로 투입했다. 그러나 이 결정이 결과적으로 현대의 패착이 되고 말았다.
이날 손혁은 7이닝 동안 6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1, 2차전에서 투수력을 모두 소모한 LG는 궁여지책으로 내보낸 손혁이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치며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고 구속은 144km/h를 기록했다.
LG는 경기 초반부터 공격적인 라인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1회말, 류지현이 몸이 덜 풀린 조규제를 상대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낸 뒤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이어 포수 박경완의 송구 실책으로 주자는 3루까지 진루했고, 주니어 펠릭스의 좌전 안타로 LG가 시리즈 첫 선취점을 올렸다.
4회에는 좌완 조규제를 상대로 4번 타순에 기용된 김동수가 바깥쪽 높은 직구를 잡아당겨 115m짜리 좌월 솔로홈런을 쏘아 올리며 점수를 2대 0으로 벌렸다. 천보성 감독은 이날 과감한 라인업 변화를 시도했다. 좌타자 서용빈 대신 우타자 김선진을 1루수로, 이병규 대신 김종헌을 중견수로 기용하며 철저히 조규제 공략에 나섰다.
7회에도 LG의 집중력은 빛났다. 심재학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낫아웃으로 출루하자 대주자 이병규가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이어 이종열의 희생번트와 안상준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점수는 3대 0이 되었다.
반면 현대는 경기 내내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5회초 1사 1·3루에서 딜레이드 더블스틸을 시도했으나 3루 주자가 태그아웃되며 흐름이 끊겼고, 7회에도 연속안타로 만든 1사 2·3루 찬스에서 이명수가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어 대타 박종호가 삼진으로 돌아서며 또 한 번 기회를 놓쳤다.
8회초에는 마이클 앤더슨의 구원 등판 후 스캇 쿨바가 좌전 적시타를 때려 김인호가 홈을 밟았지만, 그것이 현대의 유일한 득점이었다. 9회 1사 1·2루 찬스에서 마지막 타자 김광림이 병살타로 물러나며 반격은 무산됐다.
결국 LG는 손혁의 완벽한 피칭과 교과서적인 팀 배팅으로 3대 1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추격에 성공했다.
4차전
| 팀 | 1 | 2 | 3 | 4 | 5 | 6 | 7 | 8 | 9 | R | H | E | |||||||||||||
|---|---|---|---|---|---|---|---|---|---|---|---|---|---|---|---|---|---|---|---|---|---|---|---|---|---|
| 현대 유니콘스 | 2 | 1 | 0 | 1 | 0 | 0 | 0 | 1 | 2 | 7 | - | - | |||||||||||||
| LG 트윈스 | 0 | 0 | 0 | 0 | 0 | 0 | 1 | 0 | 0 | 1 | - | - | |||||||||||||
| 승리 투수: 정민태 패전 투수: 김용수 홈런: 현대 – 이명수(2회 1점), 박재홍(9회 1점) | |||||||||||||||||||||||||
4차전에서도 현대의 에이스 정민태가 경기를 완벽히 지배했다. 불과 사흘 만에 다시 선발로 나선 그는 8이닝 동안 5피안타 1볼넷 1실점, 12탈삼진의 압도적인 투구로 시리즈 2승째를 거두었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1차전처럼 던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많았으나, 결과는 그 이상이었다. 정민태는 반포크볼과 체인지업, 그리고 최고 시속 153km의 강속구를 정교한 코너워크로 구사하며 LG 타선을 완전히 제압했다.
반면 LG의 선발 김용수는 4⅓이닝 동안 7피안타 4실점으로 무너졌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내내 팀을 이끌었던 베테랑이었지만, 누적된 피로로 인해 제 구위를 유지하지 못했다.
현대는 1회초부터 기선을 제압했다. 2사 후 박재홍이 발목에 테이핑을 감은 채 중전안타로 출루하자, 스캇 쿨바가 풀카운트 끝에 볼넷을 얻었다. 이어 이숭용이 볼넷으로 출루해 2사 만루가 되었고, 김경기가 좌전 안타를 날리며 주자 두 명이 홈을 밟았다(2-0).
2회초에는 선두타자 이명수가 풀카운트 승부 끝에 김용수의 몸쪽 높은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115m짜리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점수는 3-0이 되었다. 정민태의 컨디션을 감안하면, 이미 사실상 승부의 향방이 기운 상황이었다.
현대의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4회초 박경완이 3차전까지의 부진을 끊는 3루선상 2루타를 때려내고, 전준호가 볼넷으로 출루해 2사 1·3루를 만들었다. 이어 김인호 타석에서 현대는 LG 내야의 허점을 노린 기습적인 더블스틸을 감행했다. 김동수의 송구가 약간 빗나가며 4대 0으로 점수가 벌어졌다.
8회에도 현대는 추가점을 뽑았다. 2사 후 박진만이 볼넷으로 출루해 도루에 성공했고, 전준호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터뜨리며 1점을 더했다.
LG는 8회말에서야 1점을 만회했으나 이미 분위기는 완전히 넘어가 있었다. 9회초에는 박재홍이 비거리 125m의 대형 좌월 솔로홈런을 터뜨렸고, 이어 이숭용과 김경기의 연속 볼넷, 박경완의 좌전 안타로 7-1까지 점수를 벌렸다. LG 타선은 결국 6안타 1득점에 그쳤다.
이날 박재홍은 발목 통증을 참고 5타수 4안타 1홈런 1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현대는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되었으며, 양 팀이 합쳐 23개의 삼진을 기록해 한국시리즈 한 경기 최다 삼진 신기록을 세웠다.
5차전
9이닝 경기였지만 무려 4시간에 걸친 혈전이었다. LG는 최향남의 호투와 타선의 집중력으로 6대 5의 신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추격했다.
선발로 나선 최향남은 6이닝 동안 5피안타 3볼넷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고, 6대 5로 앞선 8회초 1사 만루의 위기에서 등판한 송유석이 끝까지 리드를 지켜 팀 승리를 완성했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실책, 볼넷, 빈볼 시비, 신경전이 뒤섞인 난전이었다.
경기 초반 흐름은 현대가 잡았다. 1회초 선두타자 전준호가 볼넷으로 출루하자 김인호의 희생번트, 이어 박재홍의 우전 안타로 1점을 선취했다. 하지만 1회말 곧바로 LG의 주니어 펠릭스가 중월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1대 1 동점을 만들었고, 분위기는 LG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시리즈 내내 침묵하던 LG 타선은 2회말 폭발했다. 선두 김동수가 좌익선상 2루타를 때리며 정명원을 흔들었고, 서용빈의 희생번트 때 정명원의 1루 악송구로 주자 모두 살아났다. 흔들린 정명원은 이병규에게 볼넷을 내준 데 이어 폭투까지 범하며 2대 1로 역전을 허용했다. 이어 무사 2·3루에서 안상준의 우전 적시타와 류지현의 희생플라이로 점수는 순식간에 4대 1이 됐다.
그러나 시리즈 우승을 눈앞에 둔 현대의 반격도 거셌다. 3회초 전준호가 이종열의 실책으로 출루하자, 김인호의 2루타와 김동수의 패스트볼, 스캇 쿨바의 중전 안타가 연이어 나오며 두 점을 만회했다(4대 3).
하지만 LG는 곧바로 반격했다. 3회말 1사 후 펠릭스의 2루타와 심재학의 번트 때 투수 김홍집이 송구 실책을 범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서용빈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며 1사 만루가 되었고, 부진하던 이병규가 깨끗한 우전 안타로 타점을 기록했다. 이어 이종열의 적시타까지 터지며 점수는 다시 6대 3으로 벌어졌다.
6회 들어 경기는 과열되었다. 6회초 1사 후 이숭용이 최향남의 공에 몸을 맞자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양 팀이 벤치에서 모두 뛰쳐나왔고, 잠시 경기가 중단됐다. 이어 6회말에는 김재현이 위재영의 공에 맞고 분노를 표출하면서 또다시 긴장감이 높아졌다. 경기 전부터 현대 측이 잠실 구장 관리소에 ‘3루 불펜 마운드를 높여달라’고 요청했던 일로 양 팀 사이에는 이미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결국 양 팀은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벤치 클리어링 사태를 벌였다.
현대는 정명원, 김홍집, 최원호, 위재영, 조규제, 김수경 등 주력 투수를 총동원하며 추격의 실마리를 찾았다. 그리고 8회초 1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LG의 마이클 앤더슨이 난조를 보이며 몸에 맞는 공과 볼넷으로 2점을 밀어주어 점수는 6대 5. 한 방이면 동점 혹은 역전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LG 벤치는 위기 속에서 베테랑 송유석을 투입했다. 현대는 LG 출신이자 타격감이 좋았던 대타 박종호를 내세웠지만, 송유석의 유도구에 걸려 병살타로 기회를 날렸다. 9회초에도 1사 후 장정석이 내야안타로 출루했으나, 대타 장광호마저 병살로 물러나며 경기가 끝났다.
LG는 혼전 끝에 값진 1승을 챙기며 시리즈를 2승 3패로 만들었다. 이제 우승의 향방은 새 중립구장 규정에 따라 현대의 홈구장인 인천에서 가려지게 되었다.
6차전
정민태로 시작해 정민태로 끝난 시리즈였다. 현대 유니콘스는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선발 김수경의 호투와 정민태의 완벽한 마무리에 힘입어 LG를 5대 2로 꺾었다. 초반에는 매 이닝 주자가 나가면서도 점수를 내지 못한 팽팽한 공방전이 이어졌지만, 4회말 현대의 공격에서 승부가 갈렸다.
3번 박재홍이 좌전 안타로 출루하며 기회를 만들었고, 쿨바의 잘 맞은 타구는 중견수에게 잡혀 찬스가 무산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숭용이 손혁의 높은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우월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2대 0으로 앞서 나갔다. 이어 손혁은 흔들리며 김경기와 박경완에게 연속 볼넷을 내줬고, 결국 마운드를 내려왔다. 2사 1·2루 상황에서 박진만이 좌전 안타로 추가점을 뽑아내며 3대 0이 됐다.
5회말에도 현대는 박재홍의 볼넷으로 출루한 뒤, 쿨바가 송유석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월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 홈런이 사실상 쐐기타였다. 점수는 5대 0. 이날 현대는 이틀간 휴식을 취한 정민태가 언제든 마운드에 오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반면 LG는 지친 상황에서 반격의 기회를 잡기 어려웠고, 김수경은 4회 이후 안정감을 되찾아 호투를 이어갔다.
LG가 8회초 1점을 만회해 5대 1로 추격하자, 현대는 1사 1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정민태에게 맡겼다. 정민태는 최원호가 남긴 주자를 홈으로 들여보내 1점을 내줬지만, 남은 다섯 아웃카운트를 완벽히 처리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타자는 유지현이었고, 풀카운트 끝에 친 타구를 중견수 이숭용이 펜스 앞에서 잡아내며 경기가 끝났다.
그 순간, 인천 야구의 오랜 꿈이 실현됐다. 해방 이후 한국 야구의 발상지이자 명문이었던 인천은 프로야구 출범 이후 오랜 기간 만년 꼴찌의 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창단 17년 만에 마침내 인천 연고팀의 첫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정민태는 포수 박경완, 1루수 김경기와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태평양 시절 고생을 함께 했던 정명원과의 포옹은 이 시리즈의 백미였다. 관중석의 팬들도 ‘연안부두’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오열했다. 팀의 4승 중 2승을 거둔 정민태는 압도적인 활약으로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경기 후 이숭용은 “그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자마자 너무 기분이 좋아 공을 관중석으로 던져버렸다”고 회상했다. 주장 정명원과 김경기가 “창단 첫 우승 공인데 왜 던졌냐”며 핀잔을 줬지만, 결국 그 공은 끝내 찾지 못했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현대의 네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중, 마지막 아웃카운트 중 세 번은 모두 이숭용이 잡았다.
한편 이날 선발 김수경은 7회 1사까지 4안타와 3볼넷만을 허용하며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 한국시리즈 사상 최연소(19세 2개월 10일) 승리투수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후 현대는 인천에서 다시는 우승의 팡파르를 울리지 못했다. 불과 2년 뒤 연고지를 수원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인천에 다시 우승의 함성이 울려 퍼진 것은 9년 후, 새로운 인천팀이 새 구장에서 이뤄낸 일이었다.
경기 전에는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박찬호가 시구를 맡았다. 15승을 기록하며 명성을 떨치던 그는 정장 차림으로 마운드에 올라 깔끔하게 시구를 던졌고, 인천 팬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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